1. 유화제의 정의와 분류
“물에 기름”이라는 표현처럼 물과 기름은 본래 서로 섞이지 않는 성질을 가진다. 그러나 크림, 마요네즈(Mayonnaise), 프렌치드레싱, 버터, 마가린과 같은 식품에서는 물과 기름이 외관상 균일하게 혼합된 상태로 존재한다. 이처럼 물과 기름이 미세한 입자 형태로 균일하게 분산되어 있는 상태를 유화(乳化, Emulsification)라 하며, 이 유화 상태의 형성과 안정화를 돕는 물질을 유화제(乳化劑, Emulsifier)라 한다.
유화제는 식품에 유화, 분산(分散, Dispersion), 침투(浸透, Penetration), 세정(洗淨, Cleansing), 기포(起泡, Foaming), 소포(消泡, Defoaming), 이형(離型, Release) 등의 목적으로 사용되는 식품첨가물 및 그 제제로 정의된다. 원서의 일본 기준에서는 식품용 유화제로 사용이 인정된 품목이 한정되어 있으며, 모두 국제적으로 안전성이 검증되고 일일섭취허용량(ADI, Acceptable Daily Intake)이 설정된 물질만 사용이 허용된다. 식품용 유화제로 주로 사용되는 것은 다음 5종이다.
① 글리세린지방산에스테르(모노글리세리드, Glycerin Fatty Acid Ester / Monoglyceride)
② 소르비탄지방산에스테르(소르비탄에스테르, Sorbitan Fatty Acid Ester)
③ 프로필렌글리콜지방산에스테르(PG에스테르, Propylene Glycol Fatty Acid Ester)
④ 자당지방산에스테르(슈가에스테르, Sucrose Fatty Acid Ester)
⑤ 레시틴(Lecithin)
이 중 글리세린지방산에스테르에는 모노글리세리드의 유기산 유도체 5종(유기산모노글리세리드)과 폴리글리세린지방산에스테르류(폴리글리세린에스테르)가 포함된다.
[참고: 한국 식품첨가물공전에서도 글리세린지방산에스테르, 소르비탄지방산에스테르, 자당지방산에스테르, 프로필렌글리콜지방산에스테르 등이 동일하게 유화제로 분류되어 있다. ADI는 글리세린지방산에스테르 0~125 mg/kg, 자당지방산에스테르 0~30 mg/kg, 프로필렌글리콜지방산에스테르 0~20 mg/kg 수준으로 관리되고 있다. (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첨가물공전 기준 보완 조사)]
2. 유화제의 기본적 성질
유화제는 동일 분자 내에 물에 친화적인 친수기(親水基, Hydrophilic Group)와 기름에 친화적인 친유기(親油基, Lipophilic Group)를 동시에 가지는 것이 분자 구조상의 특징이며, [그림 1]과 같이 성냥개비 모양으로 표현된다. 이러한 분자 구조를 가진 물질을 양친매성 물질(兩親媒性物質, Amphiphilic Substance)이라고도 부른다.
식품은 탄수화물, 단백질, 유지, 물, 공기 및 그 외 서로 섞이지 않는 물질들의 집합체로 볼 수 있으며, 이는 무수히 많은 계면(界面, Interface)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유화제는 이 계면에 작용하여 계면의 성질을 변화시킴으로써 식품의 품질을 개선한다. 물과 기름을 기준으로 보면, 유화제는 물 쪽으로 친수기를, 기름 쪽으로 친유기를 향하도록 배열한다. 유화제는 계면장력(界面張力, Interfacial Tension)을 낮추어 균일하고 미세한 분산 입자를 형성하는 동시에, 입자 표면에 흡착하여 보호막을 형성함으로써 입자끼리 흡착·합일되는 것을 방지하여 유화 상태를 안정화시킨다.
유화에는 물속에 기름이 분산된 수중유적형(水中油滴型, O/W형, Oil-in-Water)과, 기름 속에 물이 분산된 유중수적형(油中水滴型, W/O형, Water-in-Oil)이 있다.
유화제의 친수기와 친유기의 균형을 나타내는 지표를 HLB(Hydrophile-Lipophile Balance, 친수성·친유성 균형값)라 한다. HLB는 0~20의 값을 가지며, 값이 클수록 친수성이 높음을 의미한다. HLB는 유화제를 선정할 때 참고하는 지표로 활용되지만 어디까지나 하나의 기준일 뿐이며, 최종적으로는 실제 유화 시험을 통해 최적의 유화제를 선정해야 한다.
[참고: HLB 개념은 1949년 William C. Griffin이 처음 제안한 분류 체계로, 오늘날에도 국제적으로 유화제 선정의 기초 지표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그림 1] 식품용 유화제의 구조 모델

[보충그림 B] HLB(친수성·친유성 균형값) 스케일
3. 음료에서의 유화제 역할
음료에는 매우 다양한 종류가 있으나, 유화제가 필요한 음료는 유지 성분 또는 유용성 물질을 포함하는 음료로 한정된다. 예를 들어 커피음료, 우유음료, 두유음료와 같이 배합 원료 중에 유지 성분을 포함하는 경우나, 풍미 개선을 위해 소량의 유지 성분을 첨가하는 경우, 살균(殺菌, Sterilization) 공정 중 고온으로 인해 소량의 유지 성분이 분리되거나 보존 중 유지 성분이 분리되어 표면에 떠오르는 현상이 자주 발생한다. 유화제는 이러한 유지 성분의 분리를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유화 상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단백질의 존재가 필수적이다. 지방구(脂肪球, Fat Globule) 주위에 단백질이 흡착하여 보호막을 형성함으로써 지방구의 응집·합일을 막고, 동시에 유화제는 단백질의 열변성(熱變性, Heat Denaturation)을 방지할 뿐 아니라 단백질과 복합체(複合體, Complex)를 형성한다. 이를 통해 단백질이 지방구 계면에 더욱 강고하게 흡착하게 되어 유화의 안정성이 증가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음료에서 유화제가 갖는 또 하나의 중요한 기능은 정균작용(靜菌作用, Bacteriostatic Action)이다. 커피음료 등은 겨울철 핫벤더(Hot Vendor)나 핫워머(Hot Warmer) 등을 통해 가온 상태로 판매되는 경우가 많다. 이때 통상적인 상업적 살균 조건으로는 완전히 사멸되지 않고 잔존하여, 보존온도 55℃ 부근에서 발아·증식하는 내열성 아포균(耐熱性芽胞菌, Heat-Resistant Spore-Forming Bacteria)에 의한 플랫사워 변패(Flat Sour Spoilage)가 발생할 수 있다. 일부 유화제는 이러한 내열성 아포균의 발아·증식을 억제하는 작용이 있어 커피음료 등의 변패 방지에 기여한다.
또한 산성 영역에서 증식하는 내열성 호산성 아포균(耐熱性好酸性芽胞菌, Thermo-Acidophilic Spore-Forming Bacteria, 대표적으로 Alicyclobacillus acidoterrestris)도 알려져 있으며, 이들은 열간충전(熱間充塡, Hot Filling) 방식으로 제조되는 비탄산 산성음료의 살균 조건에서도 사멸되지 않아 산성음료의 변패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내열성 호산성 아포균의 증식을 억제하는 유화제도 존재한다.
음료의 제조공정에서는 유화제를 미리 물(또는 분유 용액)에 분산시킨 뒤 조합 탱크로 보내는 방식이 일반적이며, 이를 위해 유화제를 가온하여 물에 분산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림 2] 유지-유화제-카제인 모델

[보충그림 A] O/W형과 W/O형 유화의 개념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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