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나는 식품공학의 세계에 첫발을 들였다. 그것은 단순히 직업을 선택하는 일이 아니었다.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먹는 것’이라는 문제를 과학과 기술로 풀어낼 수 있다는 사실이 나를 매혹시켰기 때문이다. 식품은 인간의 생존과 건강, 문화와 산업, 환경과 윤리까지 모두 연결된 영역이다. 나는 그 복잡하고도 흥미로운 세계를 탐구하고 싶었다.
그렇게 식품공학을 전공하고 석사 학위를 마친 뒤, 1995년 롯데중앙연구소에 입사했다. 이후 약 30여 년 동안 다양한 식품 연구와 제품 개발을 수행했다. 음료와 주류, 간편식(HMR), 조미식품, 제과제빵, 단백질 소재 등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수많은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어떤 프로젝트는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었고, 어떤 연구는 제품으로 이어지지 못한 채 기록으로 남기도 했다.
그 시간 동안 나는 수많은 실험을 했고, 수많은 실패를 경험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기술과 경험, 그리고 연구자로서의 시각을 조금씩 쌓아왔다. 돌아보면 그 30년의 시간은 단순한 직장 생활이 아니라 하나의 긴 연구 여정이었다.
그러나 오랜 시간 식품을 연구하면서 한 가지 질문이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
“우리는 누구를 위해 식품을 만드는가.”
대부분의 기업은 이익을 추구한다. 그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며, 나 또한 오랜 시간 시장과 소비자의 요구에 맞는 제품을 개발해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시장에서 성공하는 제품이 항상 인간에게 의미 있는 식품은 아니라는 점을 느끼게 되었다.
많은 식품이 유행과 마케팅, 소비 트렌드에 의해 만들어지고 사라진다. 그 과정에서 기술은 끊임없이 활용되지만, 그 기술이 인간과 사회에 어떤 장기적 가치를 남기는지에 대한 고민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나는 식품 연구가 단지 더 많이 팔리는 제품을 만드는 일로 끝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식품은 인간의 삶과 가장 가까운 기술이며, 건강과 환경, 문화와 미래 세대까지 연결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식품 연구에는 기술뿐 아니라 방향성을 결정하는 기준이 필요하다.
이러한 고민은 자연스럽게 또 하나의 질문으로 이어졌다.
내가 지난 30여 년 동안 축적해 온 지식과 경험은 과연 어디로 가는가.
연구소의 실험 노트와 개인의 기록 속에는 수많은 데이터와 노하우가 담겨 있다. 일부는 논문이나 특허로 남지만, 대부분의 경험은 정리되지 못한 채 개인의 기억 속에 머물다가 사라진다.
나는 그것이 매우 아깝다고 생각한다.
식품 산업은 수많은 연구자들의 시행착오와 경험 위에서 발전해왔지만, 그 과정의 상당 부분은 기록되지 않는다. 한 연구자가 평생 쌓아온 지식이 은퇴와 함께 사라지는 일도 흔하다.
나는 내가 가진 자료와 경험이 그렇게 묻히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1995년 이후 지금까지 수행해온 연구와 실험, 제품 개발 과정에서 얻은 기술적 경험, 다양한 원료와 공정에 대한 데이터, 실패와 성공의 기록들. 그 안에는 교과서나 논문에서 쉽게 찾을 수 없는 실무적 지식들이 담겨 있다.
이러한 자료는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다음 연구로 이어질 수 있는 기반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이 공간에 식품 기술에 관한 기록을 남기고자 한다.
이론을 정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연구 현장에서 얻은 경험과 판단, 그리고 시행착오까지 포함한 살아 있는 지식을 공유하려 한다.
원료의 특성과 가공 공정, 물성 변화와 제품 안정성, 개발 과정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기술적 문제들까지 가능한 한 구체적으로 기록할 것이다.
이 기록들이 누군가에게는 작은 참고가 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시도의 출발점이 된다면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이곳은 그 과정을 담아가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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